[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필터링하여 읽어주세요.
[감사]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은 환영합니다.
# 여름이 오면 시작되는 미친 물가
장사를 하면서 물가와 매번 전쟁을 했다. 돼지열병 당시에는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여 고생했고, 여름만 되면 상추, 깻잎의 미친 가격 상승에 환장하는 줄 알았다. 비가 안 와 땅이 가물다가 특정 기간에 몰아서 가을비가 미친 듯이 내리면 그 해 가을 고춧가루 가격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폭염이 길어지거나, 비가 너무 많이 오게 되어, 한 박스에 5,500원 하던 상추가 한 박스에 40,000원이 되는 상황이 오면, 고기 원가보다 상추 한 박스가 더 귀하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른다. 고깃집 장사를 하는 7년 중 거의 모든 여름 이 상황을 겪었던 것 같다.
한 여름, 가장 더울 때 수확하는 상추와 깻잎은 가격은 더럽게 비싸면서 품질은 최하로 떨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온다. 맛 물론 중요하지만 밑지고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 원가계산은 필수이가 늘 고민거리였다.
#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식자재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계절별 가격이 폭등하는 식자재(야채)와 사계절 동안 그나마 가격이 안정적인 식자재(야채)가 가려졌다. 공부를 따로 했다기보다 돈을 버려가며 몸에 인이 박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솔직히, 처음 1, 2년은 비싸도 그냥 썼다. 그럴 수 있다 생각했고, 길어봤자 한두달 정도면 안정되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달, 세 달 동안 가격 내릴 생각 없이 지속되다 보면 보이지 않다 카드값으로 터지는 데미지가 쌓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장 저렴할 때는 잘 안 찾던 야채를 가격이 폭등하면 손님들이 더 찾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곤 했다.
우리는 쌈채소 재사용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버려지는 야채를 보면 정말 너무 아까워 미치는줄 알았다.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은 아시겠지만 야채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제일 많이 남기고 간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그랬던 것 같다.
장사 3년차,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폭등하는 기간 동안 만이라도 쌈채소만이라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식자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나도 장사 초보였다. (지금은 초보는 살짝 벗어난 정도?)
# 가파른 물가, 한줄기 희망 무(무우)
지역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겠으나 1년, 사계절 동안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식자재는 양배추, 양파, 무가 대표적인 것 같다. 언급한 식자재들로 특정 기간이나 계절에 가격이 오르긴 오른다. 그러나 미친 듯이 오르는 일은 그나마 적었던 것 같다. 오르긴 하지만 폭이 크지 않다 해야 할까?
특히 무(무우)는 사계절 내내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로 가격 상승폭이 적었다. 장사하는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식자재이자, 반드시 필요한 식자재 중 하나다.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은 식자재다. 한식 음식점에서 무(무우)가 없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올 거라 생각한다.
처음 고깃집 장사를 시작했을 때 상차림엔 쌈무는 없었다. 쌈무대신 쌈채소를 다양하게 제공했었다. 하지만 미친 물가 덕분에 버티고 버티다 신선고 다양하게 나가던 쌈채소를 샐러드 식으로 바꾸고 쌈무를 추가했다. 그 당시에 야채값은 정말 미친 수준이었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계절 중 여름 한 시즌만 대체로 사용하려 했었다.
걱정과 다르게 단골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1년 정도 조심스럽게 테스트를 해보았고, 단기적이 반응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후, 쌈채소 양은 줄이고, 쌈무를 사계절 반찬으로 추가했다. 덕분에 장사 끝날 때까지 효자 밑반찬으로 감사히 사용했다.
# 훌륭한 식자재지만 사계절 내내 맛있진 않다.
훌륭한 식자재는 맞다. 그러나 사계절 내내 맛이 좋거나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마트에서 소량만 구매하는 경우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어 피해 갈 수 있지만, 가게의 경우 식자재 마트나, 도매상을 통해 박스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에 물건이 도착하고 나서야 품질을 확인할 수 있어 품질이 최악인 무를 받기도 했었다. (무조건 반품)
품질이 좋은 기간 동안엔 까볼 필요도 없이 물건이 좋다. 그렇지 않은 시기는 하나하나 전부 확인하고, 보관을 잘해야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윗 지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경상도에서 장사를 했던 나의 경험으로 무는 사계절 내내 무난하지만 유난히 2 - 3월 사이 유독 품질이 좋지 않았다. 4월부터는 봄무가 슬슬 나오기 시작해 괜찮았지만, 봄무가 나오기 전까지는 겨울 월동무(저장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저품질은 감당해야만 했다. 유독 빨리 상하고 물렀으며, 손가락으로 누르면 눌릴 정도로 무른 느낌이 들었다. (양파도 마찬가지)
육수 밑재료로 사용하기에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밑반찬을 만들기에는 다소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무가 가장 맛있을 때 최대한 구매하여 쌈무나, 장아찌, 동치미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한 밑반찬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저장고에 보관했다. 이렇게 하니 품질이 떨어지는 시기에 반품과 씨름하는 스트레스 없이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겨울무는 품질도 좋지만 가격도 저렴해 정말 좋았다.
# 겨울이 될수록 단단해지는 무
요리 연구가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봄무가 수분이 제일 많고 물렀고, 가을무는 단맛이 강하고 적당히 단단했으며, 겨울무는 단맛도 좋지만 알싸하니 가장 단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봄무는 수분이 많아 확실히 장아찌나 동치미를 담가 먹기에는 애매했다. 가을무와 겨울무가 가장 단단하여 김치나, 밑반찬, 절임, 장아찌류를 담그기에 좋았던 것 같다. 한식 전문점이 아니기 때문에 가려가며 사용하진 않았지만, 봄무로 담근 장아찌나 쌈무는 똑같은 조리법을 사용해도 항상 간이 아쉬워 매번 추가로 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줄기부터 몸통까지 버릴 것이 없는 고마운 재료라 생각한다. 사계절 내내 무난하고, 저렴하게 밑반찬을 만들 수 있는 귀한 재료. 다음 장사가 밑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업종이라면 더 다양한 사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식자재 > 식재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업소용 진간장과 양조간장 브랜드 비교 맛있는 간장 찾는 방법 (간장 Part.2) (7) | 2023.11.21 |
---|---|
진간장과 양조간장, 국간장의 차이점과 업소용 간장 사용 방법 (Part.1) (3) | 2023.11.20 |
업소용 고춧가루 잘 고르는 방법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국산 고춧가루와 중국산 고춧가루의 차이) (2) | 2023.11.18 |
고기집 밑반찬 추천 콩나물 맛있게 삶는 방법 (0) | 2023.11.10 |
양파장아찌 레시피, 덜짜고 달달한데 아삭하면서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과 간장비율 찾기 (0) | 202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