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은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 한국 간장 제품만 오조오억 개
간장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진간장 하나만 봐도 브랜드도 많고, 브랜드별 제품의 종류도 많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제품을 고르더라도 그 제품이 업소용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인지도 파악을 해야 했다. 리스트를 만들고 식자재 마트를 둘러보며 구입하여 테스트를 하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기준이 필요했다.
# 맛있는 진간장 고르는 기준
그렇다면 맛있는 간장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다. 맛에 대한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업소용으로 사용하려면 가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사항이 많다는 것은 선택지가 많다는 것. 테스트할 제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해서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업소용 진간장을 고르는 기준을 정한 뒤 제품을 소량 구매하여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업소용 제품이 나온 제품
2.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 제품
3. 질소(T.N) 함량 0.8 - 1.3% 제품
맛을 먼저 테스트하기 위해서 가격은 기준 항목에서 제외하였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결국 저렴한 제품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준에 적합하다 판단한 제품은 4개 브랜드 6개 제품이었다.
#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비율과 T.N(질소) 함량 수치
심플하게 생각했다. 먹어보기 전 까지는 결국 원재료표시와 함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업소용 대용량 제품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제품 원재료표시와 함량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진간장의 경우 2가지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 진간장은 혼합간장이다.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혼합하여 만든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간장보다 가격대가 높은 양조간장의 비율이 높다면? 수치상으로만 보았을 때 맛이 더 좋다는 뜻이 아닐까? 단순하지만 제법 가능성이 높았다.
두 번째, 모든 간장에는 총질소항럄(T.N / Total Nitrogen)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간장은 질소함량이 높을수록 맛과 향, 감칠맛이 더 풍부하다고 했다. 간장의 등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같은 가격이라면 양조간장의 비율이 높고, T.N 함량지수가 높은 간장을 고르는 것이 맛이 풍부하고 감칠맛 있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무 기준이 없을 때는 막막했는데 막상 이 두 가지 기준을 세우고 보니 제품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제품 선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테스트 제품은 대용량 제품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선정, 소용량을 구매하여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물과 1:1 비율로 희석한 간장물과 동일한 비율로 만든 장아찌, 볶음요리 등을 맛보고 각각의 장단점을 정리할 수 있었다. 모든 제품이 훌륭한 제품이라 생각한다. 어떤 제품이 더 좋다기 보단 각 제품이 가진 각각의 특징이 내 가게에 맞는지 비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몽고식품 몽고간장 진 (13L)
- 양조간장 17%
- 산분해간장 83%
- T.N 지수 : 0.81%
우리 가게 오픈 때부터 사용했었던 진간장이다. 온라인몰에서는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식자재 마트에서 구매했을 때는 17,000원 정도에 구매했던 간장이다. 대용량임에도 가격이 저렴하여 선택했었고, 이미 많은 식당에서 사용 중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큰 의심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테스트해 보았을 때 몽고간장 진의 장점은 짠맛과 향이 쨍하다는 것이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할까? 다른 간장에 비해 맛이 강한 느낌을 받았다. 맛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강한 양념장에 잘 어울렸다. 단, 짠맛이 다소 강한 편에 속한 간장으로 원재료의 맛을 살짝 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한 맛이 독이 될 수 있다.
판매처에 따라 다르겠으나 삼화간장과 비슷한 정도로 저렴한 간장에 속하는 가성비가 좋은 간장 중 하나였다. 오히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
# 샘표 진간장 S, 진간장 금 S, 진간장 금 FS (15L)
| 진간장 S | 진간장 금S | 진간장 금FS |
| 양조간장 7% | 양조간장 10% | 양조간장 30% |
| 산분해간장 93% | 산분해간장 90% | 산분해간장 70% |
| T.N 지수 : 1.0% | T.N 지수 : 1.1% | T.N 지수 : 1.3% |
다음은 간장명가 샘표다. 샘표 간장은 내가 가정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간장이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가격대도 저렴한 편에 속하는 간장이다. 가정용 진간장 제품은 가문제품처럼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쓰던 제품을 계속 쓰곤 하는데 샘표 진간장이 그랬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한 간장이라 큰 의심 없이 사용했었고, 업소용도 제법 다양하게 나와 테스트할 수 있었다.
대표적 제품은 S, 금 S, 금 FS 제품이다.
테스트해 보았을 때 샘표 제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조화가 좋고 부드럽다는 점이었다.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부드러움과 밸런스가 좋게 느껴졌다. 몽고간장이 자기주장이 강한 느낌이라면 샘표는 몽고간장보단 짠맛이나 향에 있어 자기주장은 다소 약하지만 원재료와 시너지가 좋았다.
다만, S제품과 금 S 제품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맛의 차이의 편차가 크지 않아 아쉬웠다. 단 금 FS는 정말 훌륭한 밸런스와 맛, 향을 가졌다. 장아찌 테스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격이 살벌하여 업소용으로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지만 모든 테스트 제품 중 가장 부드럽고 간장 자체의 맛이 좋았다. 이후 가게에서 배합하여 사용을 하였다.
# 청정원 두 번달여 더 진한 진간장 골드 13L
- 양조간장 100%
- T.N 지수 : 1.3%
샘표간장이 간장의 클래식, 명가 같은 느낌이라면 청정원 진간장 골드는 신흥 강자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간장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일단 산분해간장이 포함되지 않은 양조간장 100%로 표시되어 있다. 혼합간장이 아닌 100% 양조간장이라는 얘기인데 그럼 이게 양조간장인 것인지 진간장인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일단 진간장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고 업소용 제품이 있기 때문에 테스트 품목에 넣었다.
테스트 결과 청정원 간장은 다른 간장들과는 확실하게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맛과 향이 독특하다. 몽고간장, 샘표간장, 해표, 삼화 등 모든 맛과 향에 차이가 있지만 간장 고유의 맛의 결은 비슷한데, 청정원 간장은 확실히 좀 달랐다. 단 맛이 강하고 간장향이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청정원 간장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생각했다.
다만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정 요리에선 그 어떤 간장보다 좋은 맛이 표현된다면, 어떤 요리에선 그 맛과 향이 다소 이질감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림, 볶음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 삼화 진간장 (13L)
- 양조간장 20%
- 산분해간장 80%
- T.N 지수 : 1.0%
윗 쪽 지역(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청 등)에선 많이 못 본 제품인데 경상도에선 유명한 제품인 것 같다. 몽고간장 진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간장이다. 사실.. 패키지가 다소 투박하여 구매할 때 걱정했지만 대용량 제품 가격이 나쁘지 않고 양조간장 비율이 가격대에 비해 높아 선정하게 되었다.
테스트 결과 몽고간장 진과 비슷한 결과였다. 맛과 향이 강한 자기주장이 센 진간장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감미료 향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달까? 내 입과 코 기준으로는 간장 향 이외에 삼화 간장만의 다소 특별한 향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게 장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패키지는 다소 투박하지만 간장의 맛과 향은 투박하지 않고 강한 진간장이었다.
# 그래서 어떤 브랜드?
솔직히 내 마음에 든 브랜드는 있지만 대놓고 이야기는 못하겠다. 각 간장마다 분명 장점과 단점이 있었지만 그 장단점만으로 제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내가 테스트한 종류보다 더 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있다.)
어떤 간장은 장아찌에 사용했을 때 최고의 성능을 냈고, 어떤 제품은 볶음류에, 어떤 제품은 소스에 사용했을 때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각 브랜드 고유의 간장향과 맛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해서 딱 어떤 브랜드가 좋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으나 어떤 간장을 테스트해 보면 좋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기준은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1. 양조간장 비율이 높을수록 간장 맛과 향이 더 부드럽다.
2. T.N (질소) 지수가 높을수록 밸런스가 좋고 감칠맛이 더 풍부하다.
테스트 결과 내가 내린 주관적인 평가는 위와 같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같은 가격이라면 양조간장 비율이 높고, T.N 지수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결론이다. 다만, 청정원 진간장은 논외로 한다.
수많은 브랜드와 수많은 간장 종류가 있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앞선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몇천 원 차이라면 조금 더 괜찮을 맛과 향을 가진 간장을 사용하는 것이 식당 메뉴를 조금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간장 하나 고르기도 어렵다. 다들 좋은 재료 사용해서 번창하시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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