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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일기

자영업 음식점 폐업 철거 원상복구 하기 (feat.사전준비)

by 김춘식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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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손해 줄이기 프로젝트

 

 

철거 전 상황을 정리해 봤다.
 

 

1. 계약 기간은 끝, 세입자는 구하지 못했다.
2. 보증금은 받지만, 권리금은 받을 수 없다.
3. 계약 만료 전 원상복구를 진행한다.
4. 폐업 이후 다른 지역에서 개업할 예정.
 


결국 세입자는 구하지 못했다. 장사하는 지역에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 단지 시공이 끝나기도 했고, 관공서가 이전된다는 소식 때문에 보증금가 월세 조정이 힘들어서인지 세입자가 부담스러워 계약 전 단계에서 끝나는 일이 많았다. (동네에서 보증금과 월세가 높기로 이미 소문이 났다.)

버티는 방법도 있었지만, 폐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권리금 없이 폐업하기 때문에 (사실은 시설비가 맞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여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준비하다 보니 결국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게 답이다 싶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고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1.  챙길 것은 챙기고, 반납할 것은 반납한다.

 

# 챙길 것은 챙긴다. 중고는 똥값인데 다시 사려면 비싸다.

 

처음엔 다 버리고 갈까 생각해 봤다. 하지만 폐업 후 다른 곳에서 다시 가게를 열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때 다시 사는 것이 너무 손해처럼 느껴졌다. 업소용 주방용품을 구매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집기류는 중고가 많지 않고, 내 입맛에 맞는 제품 찾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은근히 비싸다.

 

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다음 가게에 사용할 주방용품과 집기류를 분류하여 정리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것으로만 갖춰 장사를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정리했다. 정리를 하다 보니 장사하면서 꼭 사야 하는 것들과 필요 없는 물건들이 분류되어 은근 공부도 되고 좋았다.

 

물론, 나처럼 다음 장사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중고로 판매하면 된다 생각할 수 있지만, 냉장고, 반찬냉장고, 에어컨 등의 큰 제품들은 중고로 판매가 가능하나, 집기류는 되려 돈을 주고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반찬그릇이 스테인리스가 아닌 이상 사용흔적이나 오염이 있기 때문에 중고로서의 가치가 없다 하더라.

 

결론적으로 챙겨갈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작업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 주류와 음료는 환불받고, 쇼케이스는 반납!

 

그리고 주류를 함께 판매했다면 주류업체에서 대여받은 주류 냉장고와 재고 주류, 음료수 등이 있을 텐데, 집기류 정리하기 전 반드시 연락하여 반납 날짜를 미리 조율하는 것이 좋다. 주류는 박스 단위로만 환불 처리가 된다 해서 손해를 좀 보았다. (다른 지역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 당근 마켓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업소용 중고는 정말 똥값이 된다. 때문에 직접 팔 수 있는 물건들은 직접 판매를 했다. 철거 전 일주일 전까지는 영업을 했기 때문에 한 달 전부터 휴대용 버너, 전골냄비, 무쇠프라이팬, 아기 의자 등은 당근 마켓으로 처분을 했다.

 

물론 가정용 보다 업소용의 오염도가 더 높기 때문에 싸게 처분했고 실제 중고주방용품 매입 업체보다는 더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당근 마켓은 동네 단위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원상복구를 하게 되면 무조건 폐기물이 발생한다. 폐기물은 차량 대수 또는 폐기물의 무게로 그 가격이 결정되는데 (철거업체 견적) 그릇, 냄비, 주방도구 등 중고업자는 사지 않지만 가정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들을 미리 처분하면 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중고로서의 가치가 없는 물건들은 무료 나눔도 괜찮다. 올려두면 필요한 사람은 가져갔다.

 

 

 

 

 

# 보관은 이사박스, 단 중고로 미리 구매할 것

 

사실 폐업을 마음먹고 나서 제일 걱정이 어디에 담아 보관할 것인가였다. 플라스틱 박스에 예쁘게 보관하면 좋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건모양이 크기도 다르고 제각각이라 튼튼하지만 큰 박스가 필요했다. 해서 이사박스(단프라박스)를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사박스 가격이 싸진 않다.

 

기껏 중고로 아득바득 물건 팔아놓고 이사박스로 탕진해 버리면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해서 가지고 있던 단프라 박스 + 당근에서 싸게 파는 이사박스나 무료 나눔 하는 이사박스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무적 당근마켓으로 수집을 하니 제법 많이 모여서 돈을 제법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 필수템인 백색 밀폐용기가 은근 꿀템이다. 10호, 11호 박스에 제법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었고, 다른 사이즈 반찬통들을 겹쳐 부피를 줄여 보관하기도 매우 좋았다. 

 

결론적으로 종이박스를 제외한 (100% 찢어진다.) 모든 종류의 박스를 수집하며 준비한다 생각하면 된다.

 

 

 


 

 

2. 주방용품 중고매입 업체 찾기

 

# 중고물품 제품명, 사이즈 측정하기

 

챙겨갈 물건은 철거업체, 중고업체가 방문하기 전 가게에서 치우는 것을 추천한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물건 파악하기도 쉽고, 업체 방문했을 때 작업이 수월하다. 그리고 중고매입 업체를 찾기 전에 반드시 중고로 판매할 냉장고, 에어컨, 업소용 화구, 식기세척기 등의 제품명과 사이즈와 사진을 찍어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업자들은 사진만 봐도 알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이게 은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미리 정리해 두고 이런 제품들이 있다 자료만 보내주는 것이 오히려 시간적으로 더 빨랐다. 

 

냉장고, 화구, 식기세척기, 선반, 싱크대, 쇼케이스 등은 중고매입 대상이 되지만 에어컨은 따로 알아보는 것이 좋고, 홀에서 사용했던 테이블과 의자, 아기의자, 보조의자 등은 중고로 판매하기 어렵다. 많은 곳에 상담을 받아봤지만 보통 의자, 테이블은 중고매입보단 폐기물로 돈을 받고 처분해 주겠다는 업자들이 많았다.

 

귀찮다고 돈 주고 처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철거업체 견적에 이미 폐기물 처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철거 비용에 묶어 한꺼번에 처분하는 것이 좋다. 괜히 돈 주고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다만, 깨준 유리나 병은 지자체에서 지정한 마대자루에 담아 미리 처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 주방은 돈이 되지만 홀은 거의 다 폐기물

 

우리 입장에서는 쓸만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홀에서 사용하던 의자나 테이블은 중고 매입이 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중고로 다시 판매하려면 세척, 수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홀에서 사용하던 집기류는 사용흔적도 많고 세척이나 수리하는 것보다 폐기하는 것이 이득이라 했다. 중고 테이블과 의자는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업장에 부피만 차지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심지어 코로나 때 폐업한 음식점이 너무 많아 의자, 테이블은 매입이 어렵다고 했다. 6-7개의 업체에 상담을 받아봤지만 거의 다 같은 의견이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폐기처분을 하기로 했다. 

 

 

 

 

 

# 로컬업체 3곳, 전국구 업체 3곳

 

처음에는 동네 근처에서 알아봤는데 큰 도시가 아니라서인지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보는 업자들이 많았다. 귀찮아서 그냥 할까 하다가, 중고매입은 검색만 해도 수십 군데, 심지어 전국구로 상담을 해주는 곳이 많아 로컬에서 3곳, 검색을 통해 알아본 3곳을 정해 상담하여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업체를 선정한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코로나 운운하며 오새 중고가가 똥값이다 겁주지 않는 업체

2.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견적서를 보낸 업체

3. 기름값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은 업체

4. 각 항목의 견적을 애매하게 제시하지 않은 업체

5. 검색했을 때 사업자 정보가 있고,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6. 견적서를 수기 작성하지 않고 양식으로 보낸 업체

 

 

철거를 하면서 업체 선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정말 별별 업자들이 많았다. 대충 돈 많이 주면 그냥 넘기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쉽지 않았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업자는 요새 폐업하는 업체가 많아 돈 주고 중고매입하는 곳이 없다며 되려 돈을 받도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한 업자가 있었다. 너무 당당해서 순간 믿을뻔했다.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 업자들이 많아서 전부 나열할 수는 없지만 개중 직접 출장을 와서 확인을 하시고, 견적서 양식에 맞춰 품목별 중고가를 적어주셨으며, 기름값이나 폐기물에 대한 추가비용에 대한 언급 없이 필요 없는 것은 필요 없다 확실히 말씀하셨던 사장님께 중고 매입을 맡기게 되었다.

 

하도 답답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사장님도 아직도 그런 업자들이 있냐며, 이 바닥이 별별 사람이 많으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 위로를 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그리고 이 사장님이 제일 믿음이 갔던 부분은 에어컨은 주방매입보다 에어컨 업자에게 따로 의뢰를 하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까지 해주셨다. 폐업하는 마당에 참 감사한 분을 만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 에어컨은 에어컨 업자에게

 

업소용 중고매입 사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에어컨 중고매입 하는 분들을 다시 알아보았고, (에어컨만 5대) 마찬가지로 로컬과 전국구, 중고매입 사장님 추천 이렇게 5분을 알아봤을 때 중고매입 사장님 추천 사장님 견적이 가장 마음에 들어 이분께 의뢰를 드렸다. 역시 제대로 하시는 분들 주위에는 제대로 된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이번에 철거하면서 배운 건데, 에어컨은 에어컨 본체보다 실외기가 더 가치가 있다고 하셨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에어컨 상태보다 실외기 상태를 더 꼼꼼하게 체크하신 것 같았다. 처음엔 중고나라에도 올려봤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는데, 업자에게 의뢰해서 한 번에 처리하니 속이 시원했다.

 

다만! 실외기를 해체할 때 다른 업소 라인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하자! 옆 가게 라인을 끊어버려서 진땀을 뺐다. 다행히 무상으로 (당연히?) 처리를 해주셔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3. 철거 전 정리먼저 해야 하는 이유

 

# 철거비용이 만만치 않다.

 

세입자를 구해 명예롭게 가게를 빼는 상활이라면 좋겠지만 세입자 없이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라면 포기하는 과정에도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동안 장사하면서 사용했던 모든 게 한순간에 폐기물이 돼버리고, 이 폐기물에는 반드시 처리비용이 발생한다. 철거, 원상복구에서 가장 많은 견적을 차지하는 부분이 철거비용이기 때문에 철거 전 중고처분을 하며 비용을 충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가게가 50평이고, 외관부터 실내까지 부숴야 하는 것들이 많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해서 최대한 돈을 비축해야만 했다. 폐업 두 달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건 결국 돈이 없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평수가 작은 가게라도 주방집기들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큐로 처리하는 곳에 손해보지 마시고 부지런히 알아본 뒤 한 푼이라도 아끼시길 추천한다.

 

(단, 세입자를 구하고 권리금을 받는 경우라면 하늘이 도와준 경우니 제외다.) 참고로 우리의 경우 철거비용의 80-85% 이상을 중고 판매로 해결했으니 나름 다행이라 생각한다. 

 

 

 

 

 

# 다음 장사를 준비 중이라면 공부가 된다.

 

이번에 장사를 접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은 돈지랄을 참 많이도 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다이소... 다이소 물건을 참 많이도 샀다 싶었다.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면서 체크해 봤을 때 다이소 결제 내역만 6년 동안 거의 150만 원이 넘어갔다. 

 

다이소 물건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잠깐 쓰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너무 일회용품 사듯이 산 게 아닌가 하는 후회였다. 6년 동안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매한 제품을 얼마나 활용했는지를 대입해 보니 낭비다 싶었다.

 

이렇듯 철거를 준비하면서 공부가 참 많이 되었다. 꼭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구분되며, 다음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장비와, 필요 없는 장비, 주방 설계의 잘못된 부분, 오픈할 때 뭘 몰라 그저 업체만 믿고 덤터기를 썼던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정리하자면 철거 전 되돌아보듯 물건들을 정리하고 품목을 리스트로 만들어 두시길 추천한다. 사진으로 보관해도 되지만 철거하면서 찍어둔 사진에 주석을 달 듯 메모를 해두었더니 지금 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생각이 환기되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 오픈 때는 조금 더 똑똑하게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전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철거 업체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한다. 사전 준비를 나름 꼼꼼하게 했다 생각했음에도 철거 작업 간 변수가 많아 참 힘들었었다. 

 

아마,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많아도 폐업에 대한 이야기는 비율상 많지 않으니 누군가는 도움이 되지 싶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다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만 하셨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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